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결코 홈플러스 편을 들고 싶진 않지만



홈플러스라? 결코 편들어주고 싶은 재벌은 아니다. 장애인차별발언으로 홈플러스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길래, 내심 신이 났다. 드디어, 재벌의 대형 마트가 스스로 종말을 자초하는가?




그런데 내용을 보니, 좀 뜬금없다. 기자회견장에서 "장애인이 맛없는 빵을 만든다면, 중요한 것은 빵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빵을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말한게 문제의 발단이란다. 올바른 "지원방법"에 대해 논한 것에 불과하다. 뭐가 문제인가?

장애인들은 자기들을 소상공인들에 비유를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뿔이 났고, 소상공인들은 자기들을 장애인들에 비유를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뿔이 나셨댄다. 코미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채종걸)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장애인을 발언한 것은 가장 큰 문제"라고 하셨댄다. 그러나 "장애인"과 "소상공인"은 무한경쟁사회에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회적 소수자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이승한 회장은 장애인이 직접 만든 빵이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시식해 보길 바란다”며 미리 준비한 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빵을 홈플러스 관계자에게 전달하셨댄다. 홈플러스 회장의 말이 어떻게 "장애인이 만든 빵은 맛이 없다"로 해석되는지,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아무리 화가 나고 기분나쁘더라도, 국어실력 좀 길르자. 그게 장애인 망신을 줄이고, 장애인의 품위를 높이는 길이다.

장애인단체들은 가지회견을 통해 “이 회장은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고자 하는 장애인 전체를 동정의 대상으로 취급해 버렸다”고 하셨단다. 똑바로 보자. 홈플러스 회장의 말은 "맛없는 빵을 만들더라도 장애인이 만든 것이라면 동정심으로 사줘야 한다."고 말한게 아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소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호를 안해주면, 생존권 침탈이고, 보호의 필요성과 올바른 방향을 얘기하면, 동정인가?

오해가 있을까봐 명토 박아둔다. 난 결코 장애인 동정 안한다. 무시도 안한다. 만약 장애인을 동정하거나 무시했다면, 어떤 헛소리를 보고도, "불쌍한 장애인이래서 그러려니" 하고 입다물고 있지 않았겠는가? 장애인을 동정 안하는 걸 증명하고자 이 글을 쓴 거다. 난 단언건대, 장애인들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본다. 그래서, 더욱 아프게 말하고 있는 게다.

기분 나쁘다고 무조건 물불 안 가리고 "장애인차별철폐"만 목소리 키워 외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영원히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품위를 지킬 때가 되었다. 장애인들이 떼쟁이로 인식되는 건, 결코 장애인들을 위한 일이  아니잖는가?

참. 끝으로 홈플러스 회장에게도 묻고 싶다. 내 말도 비유일 뿐이니, 감안해서 듣자. 장애인들이나, 소상공인들은 소수자라서 어쩌다가 맛없는 빵을 만드는 이도 있을 수 있다고 치지만, 홈플러스는 왜 늘상 맛없는 빵만 만드는지.. 그건 홈플러스 회장이 스스로에게 답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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