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 어떻게 해야 하나?


바퀴벌레와 개미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아파트 세대 내 소독을 관리하는 업체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급기야, 나는 소독업체와의 재계약을 한달 유예시킬 것을 입대의에 제안하고, 직접 바퀴벌레약을 먹이집에 짜서 전세대 주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지난해 5월24일 경의 일이다.

아파트관리소장은 당시 대한민국 아파트 역사에 동대표가 나서서 이런 일은 한적이 없다는 둥 내심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달 후, 나는 소독업체 사장을 불러서 서비스품질에 대한 개선의지를 확인한 후, 두 가지 조건을 붙여 6개월간 계약을 연장하는 안을 입대의에 제안하여 의결시켰다.

첫째. 내가 바퀴벌레에 대해 방역을 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개미약을 전세대에 교부한다.
둘째, 6개월 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품질 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그 이후 계약연장여부를 결정한다.




이 조건에 따라  소독업체는 지난 7월 12일. 전세대에 개미약을 교부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지난번 바퀴벌레약에 대한 효과를 조사했다. 주민들에게 스티커를 붙이게 하는 방식이었다.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소독업체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이제 약속대로 업체에 대한 서비스 평가를 해야 할 시기다.  주민들의 불만을 수치화한 자료가 필요했다.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바퀴벌레약 설문 조사 때처럼 스티커 설문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하면 주민들의 참여가 더 많았다는 사실을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장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엉뚱했다. 관리소장은 스티커 평가 대신, 조사원 면전에서 답을 작성하는 방식의 서면평가를 실시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설문을 위한 소장의 질문은 평가의 목적도 몰각한 엉뚱한 것이었다. 소독업체계약연장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의 소독 업체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한다는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답을 결정해준채, 설문조사를 실시했네요." 설문을 위한 소장의 질문을 읽어본 우리집 파출부 아줌마의 평가였다.

소장에게 따졌다. 소장은 천연덕스러웠다. "저는요, 대표님이 뭘 바라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설문지를 작성해주시든지요?"

의도가 있다면 불순한 것이고, 의도가 없이 이런 짓을 했다면 이해력이 떨어지는 거다. 둘다 문제다. 소장은 사회적으로 문제시하는 갑질을 언급하며, 마치 내가 갑질을 하려는 양 말하고 있었다. 적반하장격이었다.


도대체 소장은 왜 이러는 걸까?

이번 동대표선거를 통해, 나를 제외한 입주자대표 전원이 교체되었다. 이른바 권력 교체 시기다. 소장이 새 입대의를 좌지우지하려는 낌새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당선자 상견례 자리. 새 당선자 중 한명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소장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다. 자기가 다 정리해서 나눠주시겠단다. 별도로 그 당선자의 전화번호를 본인으로부터 받아냈다.

며칠 후, 그 새 당선자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다. 적어둔 전화번호를 집에 놓고 온 탓에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당선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소장이 안내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없는 국번"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다시 한번 소장에게 전화번호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여기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없는 국번이라고 나오는데요?"

"여기는 그렇게 적혀 있다니까요?"  "지금까지 관리사무소에서 한번도 그 분에게 통화를 한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문자는 보냈을 거 아닙니까? 나도 후보자와 당선자로서 관리사무소로부터 여러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후보자와 당선자로서 받은 안내문자를 이 분은 한번도 못받았다는 겁니까?"

"보내긴 보냈는데.. 받으셨는지 못받으셨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소장님!! 우리 일 똑바로 합시다! 만에 하나. 내가 받은 문자를 그 당선자님도 받으셨는데, 전화번호를 소장이 잘못 알려주는 거라면, 나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

소장에게 버럭 화를 냈다. 소장은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서야 소장으로부터 그 당선자의 제대로 된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소장이 나에게 처음 보낸 번호는 진짜 번호에서 숫자  세 개를 바꾼 엉뚱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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