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12일 월요일
"병신"
몇 년 전에 형사 한명을 만났어.
그런데 그 형사님..
깡패두목 김태촌하고 굉장히 비슷하게 생기셨더라고.
눈매도 살벌하고..
그래서 살금살금 눈치보면서.. 얘기해주었지..
“형사님 김태촌이라고 아시죠? 깡패두목이요?”
안대..
“형사님 김태촌하고 닮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시지 않나요?
정말 똑같이 생기셨어요.”
웃기만 하더라고..
그래도 형사인데 범죄자 닮았다는 얘기가
기분 나쁠지도 모르잖아?
물어봤지
“혹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
아니래..
“형사님한테 범죄자 닮았다는 얘기라서
혹시 실례는 아닌가 싶어서요..”
그랬더니.. 그 형사의 다음 말은 나한테 조금 충격적이었어.
등신 같다는 말은 기분 나쁘지만..
범죄자 같다는 말은 기분 안 나쁘대..
그 형사의 말과 철학을...
한참 동안 마음 속으로 곱씹어봤지..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경찰이
그 스스로 범죄와 불의의 화신처럼 보여지는 것보다
등신처럼 보여지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현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냐
가난하고 성실하게 산 사람들이
매번 지는 세상..
심지어 조롱받는 세상이잖아.
그런 세상이
약자가 되는 것을
약자처럼 보이는 것을
약자라는 걸 남에게 들키는 것을
악인이 되는 거 보다
두려워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언젠가 어떤 놈이
병신이라는 말 대신에 대체할 말이 없냐고 묻던데..
글쎄.. 병신이라는 욕이
힘을 쓰는 심리적 메카니즘을 잘 생각해봐..
장애인비하의식 때문에..
병신이라는 욕이 힘을 쓰는 것 같아?
아니거든.
약자가 되는 것을
약자처럼 보이는 것을
약자라는 걸 남에게 들키는 것을
악인이 되는 거 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니까.
병신이라는 욕이 힘을 쓰는 거야!.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면..
“병신”이라고 한마디 해봐..
상대방이
약자라는 걸 남에게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약자처럼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욕은 즉빵이야!
걔네들 눈에 장애인만한 약자는 없으니까..
그런데, 상대방이
그런데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건 그냥 욕하는 니 바닥만 드러낼 뿐이라고..
듣는 상대방의 상태에 따라 효과를 발휘하는...
선택적 폭격이 가능한 욕이지.. “병신”
병신이라는 욕을 쓰지 않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
약자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것인가..
중요한 건 그거 아닐까 싶어.
앞으로 누가 너네들한테 ‘병신!’이라고 욕을 하면,
‘그래요, 난 병신이에요! . 만세!~’ 이러면 되는 거야.
“병신” 소리좀 들으면 어때?
남들한테 장애인이나 약자처럼 받아들여지는게 그렇게 싫어?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
병신이라는 욕을 들었는데..
진짜 내가 병신같은 짓을 했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기분 더러워졌다?
그건 욕 때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 때문에
기분 나빠진 거야..
그럼 그냥 욕먹을 짓 했구나..생각하면서..
좆잡고 반성하면 돼..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와 진짜 생각하시는게 너무 멋있으십니다 님같은 분들이 이 세상에 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비꼬는게 아니고 정말 제가 생각하는 바랑 95퍼센트 일치하셔서 댓글 달고 갑니다. 이글뿐 아니라 다른글도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