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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31일 토요일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의 참 뜻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사상이나, 
단 한톨의 진리도 담지않은 사상은 없다 
사람 또한 그러하다.

세상에는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없고..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다.

누구나 인간인 이상 
결점투성이 이고, 
불완전하게 좋은 사람과 
불완전하게 나쁜 사람이 있다.

때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 
지독하게 우리를 화나게 할 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누구누구의 실체"

이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난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왜 신뢰할 수 없었는지 
깊이 고민을 해본적이 없는데. 
오늘 깊이 생각해보니
그것은 @@@의 "실체"라는 표현이..
세상에는 완벽하게 나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의 나쁜 점은 결코 변화할 수 없고 
일관적이라는 잘못된 전제 아래 
이루어진 표현이기 때문인 듯하다.

더구나 대개의 경우, 실체라는 표현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쓰여질 때가 많다. 
그 사람이 받고 있는 좋은 평가가 
사실은 부당하다는 취지인 것이다.

흔히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들 한다. 
사람들은 
이 말을 대단히 너그러운 사람의 
감정적인 태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 말처럼 이성적인 태도를 추구하는 말이 없다. 
사람을 미워하면, 죄가 가려진다는 것을 
난 김동식 대리님에게 배웠다.

"잘못을 추궁할 때 조심해야할 게 있어... 
사람을 미워하면안돼
잘못이 가려지니까 
잘못을 보려면 인간을 치워버려
그래야 추궁하고 솔직한 답을 얻을 수 있어" - 미생 -

누군가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 사람의 실체 " 운운할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그 사람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될 일이다. 
그래야 그 사람의 잘못이 가려지지 않는다.

만약 잘못을 말하지도 못하면서
"실체" 운운한다면, 
그건 이간질과 모함에 다름 아닐 것이다.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법정과 진실



- 형사재판에 회부되었는데, "나에겐 죄가 없다" 무죄를 다투려고 하는 분들에게 -

검찰로부터 기소당해 재판에 회부되었는데, 분노를 표출하면서,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에게 재판에 회부된 형사사건 중 무죄를 받는 것은 2% 밖에 안된다는 현실을 알려드리는 건 고욕스럽기 이를데 없는 일이다. 형사사건의 98%. 게임은 검경조사과정에서 모두 끝난다.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검사가 진실을 발견하려고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겠지. 그러나 기본적으로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피의자를 믿지 않는다. 그럼 검사는 왜 조사를 하는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 조사를 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순진한 말씀이고, 사실은 기본적으로 검사는 기소를 전제로 피의자를 부른다. 검사들? 격무에 시달리는 바쁜 사람들이다. 기소도 하지 않을 사건, 굳이 피의자 불러서 시간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자료를 피의자가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탐색한다. 그걸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기소하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린다.

그런데도 순진하게 진실을 밝히겠다고 검사 앞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유리한 점을 모두 다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성질까지 있는대로 부리면서 다 밝혔는데, 만약 기소처분이 나왔다? 그렇다면 십중팔구가 아니라 98%! 아니 100% 유죄를 받았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처음부터 경찰이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서 내 패를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 검사와 수사관이 헷갈리게 만들어야 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패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가진 법률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내 패를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 유죄의 입증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는한, 검사는 기소하지 않는다. 어느 검사가 무죄율 2% 속에 자신의 사건이 들어가길 바라겠는가?

원래 수사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상대는 법률 전문가고, 피의자는 보통 사람이다. 가지고 있는 법률지식이 애초부터 부족한데, 그나마 피의자에게 있어 검사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과 자신이 주장할 내용에 대한 정보다. 그걸 다 까놓았는데 기소되었다? 그럼 백전백패다.

이 불공정한 게임을 그나마 공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묵비권인데, 자기 혼자 자신은 떳떳하고, 죄나 과실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하거나, 그 유일한 방패를 일찌감치 거둬버렸다면?? 더더욱 답이 없다. 자신에게 뭐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자신이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에러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진술이 결국 당신을 옭아맬 것이다.

안다. 억울함은 사람을 병들게 한다. 그런데, 그 억울함을 풀여줄 것이라고 믿었던 법원에서 까지 배신을 당해 고통스러워할 할 그 분들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미어터진다. 그래서 아프게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릴 수 밖에 없는 내 맘을 이해해주셔라.

법원은 진실이 이기는 곳이 아니라, 법관이 믿고 싶은 증거를 제시하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다. 원래 사람은 진실을 밝힐 능력이 없다. 그래서 분쟁을 종지하려면, 어느 순간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사실을 확정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사실을 확정할 전적인 권한이 법관에게 있다.

법원에서 진실을 다투면, 진실이 이겨서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일찌감치 버려라. 그게 정신건강에 좋다. 불이 무엇으로 인해서 일어났는지, 그 진실에 대해서 검사도 법관도 관심이 없다.그들이 관심 두는 것은, 불이 난데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진실이든 아니든, 확정하는 것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면? 어쩌면 기소당한 입장에서 피고인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고민은 이 사고로 인해 벌어질 자신의 피해를 최선을 다해 줄이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점일지도 모른다.
 
물론 끝까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싶은 분의 마음을 모를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진실은 생각보다 굉장히 비싸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 모르겠는가? 그 비싼 금전적 시간적 비용을 투하해서 진실을 얻는 것? 포기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나로서는 권장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가슴아플지 모른다. 그러나, 더 이상 다툴 수 없을 순간까지 다퉈본 후, 강제로 형벌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는 억울함과 그 때까지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정식재판을 청구하되, 어느 순간에는 진실과 무죄를 다투는 것을 포기하고, 벌금을 줄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나 또한 슬프고 화가 날 뿐이다.
 
참고 : 여기서 세월호 얘기를 한 것은 진실이 비싸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것을 권장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