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안도현 시인이 쓴 트윗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안도현 시인의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 “무죄를 밝혀내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차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안도현의 그 말이 법에 대한 나의 철학을 얘기할 수 있는 참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도현 트윗의 내용을 정확히 안 상태에서, 오해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그 글을 지우지 못하는 것 역시, 그 글 속에는 진실에 대한 오해와 더불어 나의 법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떄 글을 쓰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악법도 법인가”. 아니나다를까 오늘아침 참돌형님이 내 글을 읽고서는 물어왔다.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물론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정당화하고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자문한다. 과연 불복종이 정당화되는 악법은 무엇인가?
자 신과 견해가 다른 법은 모두다 악법인가? 불완전한 법은 모두다 악법인가? 혹시나 누군가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악법인가? 자유를 제한하는 법은 악법인가? 또다른 절차법으로 불복이 보장된 법을 악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불복 후에 자신의 불복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른이와 견해가 다른 법이라고 해서 그 법을 악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불복종이 정당화되는 악법의 기준에 대해 나는 아직 정확한 변별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다만, 지금으로서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불복종이 정당화되는 악법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위헌이 의심된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불복종이 정당화되는 악법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는 것.
허위사실공표 금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이 바람직한 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법은 입법자 나름대로 공정한 선거라는 선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물론 허위사실공표를 금지함으로써, 의혹제기를 차단하는 것이 공정한 선거라는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인지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위헌판단조차 구해보지 않은채, 그 법을 악법시하며 불복종하자고 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일반국민들은 차치하도라도, 적어도 법관과 배심원들은 그 법에 복종해야 한다. 유, 무죄가 법에 따라 심판하는 법관과 배심원들에 의해 결정되는 법 질서하에서, 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자행한 사람이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죄를 짓지 않았다” “무죄를 밝혀내겠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떠나,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물론, 안도현 시인이 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자행했다고 단정한 것이나, 안도현 시인이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한 것은 전적으로 신문기사를 통한 나의 오해에 불과했음을 이미 밝힌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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