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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박원순을 위한 변론 - 박원순은 호모포비아인가?
인권침해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법 아니겠습니까?"
"법이 인권침해의 구제수단도 될 수 있지만, 법은 인권침해의 주체가 될 수도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 국제적인 인권사회가 합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방법은 바로 폭로입니다. 폭로는 평화로울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을 똑같이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복수와 구별되지요. 뿐만 아니라, 침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드러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징벌적 효과와 예방적 효과도 뛰어납니다. 그래서 국제적인 인권단체들은 주로 폭로를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어요. "
대학시절 박원순 변호사로부터 인권을 배웠다. 누구보다 뛰어난 인권이론가이자 활동가였던 그가 시장이 된 지금. 그를 괴롭히는 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시 인권헌장이다.
박원순 시장의 말에서 앞뒤 잘라내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 이 부분만 밝힌 다음, 동성애는 지지와 반대가 유효한 영역이 아니네 마네 운운하는 윤똑똑이들의 말은 잠시 접어두자.
박 시장은 이미 명토박은 바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길 바란다’(<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 이러한 박 시장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 시장의 이후 발언에서 이 발언과 모순되는 말을 나는 찾을 수 없다.
서울시가 확인한 문제 발언의 정확한 내용은 이러하다. "(동성애에 대해) 보편적 차별 금지 원칙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사회여건상 (종교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동성애(결혼)를 명백하게 합법화하거나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에 따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여기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말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 동성애자들의 인권에 반대하고 그들에 대한 차별에 동의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시장과 시민사회단체의 역할분담에 관한 내용 내지는 동성애자 측들의 '안'에 대한 입장으로 보아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이미 명시해놓았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 , 성적 지향, 등을 이유"를 가지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를 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김조광수라는 자가 나타나 용춤을 췄다. 가족등록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졸지에 위법한 인권침해자로 몬 것이다. 동성애자 혼인을 위한 국가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게 빌미였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할 권리? 지금은 없는가? 김조광수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결혼했다. 국가는 그것을 금지한바 없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혼할 권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국가가 자신들의 결혼을 장부에 적어놓고 관리하고 보호해야만, 자기들이 차별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인권이라는 것이 김조광수 일당들의 주장이다.
도대체 국가가 그들의 결혼을 관리하고 보호하지 않아서 그들이 받는 실체적 침해란 무엇인가? 상속권도 없고, 일상가사대리권이 없어서 배우자가 수술을 할 때 동의해줄 수도 없단다.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단다.
상속권이 없으면, 유언을 해주면 된다. 일상가사대리권이 없으면 수권행위를 하면된다. 전세권 대출이 안되면, 전세권대출을 해달라고 주장하면 된다. 그게 과연 국가가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관리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차별적 인권침해라고 할 이유인가?
인권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권리”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인권의 개념에 대한 사람들의 합의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추정이라는 것은 반증으로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반증 이전에 가지고 있는 인간의 추정된 권리는 매우 슬프게도 문화적 습속과 감수성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시대와 사회에 따른 변화를 예정하는 것은 인권 개념에 대한 인류의 인지능력일 뿐이다. 인권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인권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권리라는 뜻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사람 말이다. 노예해방 이전에 존재하던 흑인 노예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인권과 똑같은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추정력이 깨지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과연, 국가가 자신들의 장부에 적어놓고 결혼을 관리하고 보호해야만 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동성애자들의 권리. 그것이 과연,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권리", 즉 인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솔직해지겠다. 나도 모른다. 나중에 반증을 통해서 뒤집어질 지도 모르겠지. 그러나, 그들의 권리에 추정력을 부여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주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성공하였는가?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인권헌장 앞에서 묻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박 시장은 묻는다. "인권헌장은 뭐하러 만드냐"고. 이미 "성적 지향" 문구가 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상황이다. 그런데 법률적 강제력도 없는 인권헌장이 우리 사회구성원들에게 인권적 규범을 제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다수결인가? 사회적 합의인가? 박 시장은 강조한다. "인권헌장은 표결대상이 아니"라고. 그랬더니, "박시장, '인권헌장은 뭐하러 만드냐'" 이 한 마디만 따서 용춤을 추는 게 이른바 진보라는 언론들의 작금의 행태다.
헌법재판소 말씀이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에서 어느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이럴진대, 서울시 인권헌장의 평등조항이 국가가 이성애자를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하는 것을 선택하는 걸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 자들은 뭔가?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에게 묻는다. 이미 성적지향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해 차별행위로 규정된 마당에 당신들의 서울시 인권헌장과 관련된 작금의 작태는 당신들의 권리 확대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그대들은 박원순보다 인권에 대한 철학을 지닌 정치지도자를 본적 있는가? 그를 잃는 것이 긴 안목에서 동성애 인권을 위해 득이겠는가? 해가 되겠는가? 신망받는 지도자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서울시인권헌장의 첫걸음을 방해하려는 자들은 스스로의 행위를 성찰하길 바란다.
“서울 시민은 누구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대신에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중략)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고 쓰인 인권헌장을 갖는 것. 이게 과연 신망받는 지도자 한명을 호모포비아로 몰고 사회적 합의를 갖춘 인권헌장을 포기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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