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애인도 없는 처지다. 이런 내가 생길지도 모르는 자식 걱정을 하는 경우처럼 아직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가 있다.
혹시 나의 2세가 나와는 다른 종교적 선택을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할 때가 대표적이다. 사실 “가족 간의 종교갈등”은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것 때문에 살인도 벌어지고,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기도 한다. 볼테르로 하여금 “똘레랑스론”을 쓰게 한 것도 결국은 “가족 간의 종교갈등”이 바로 그 시발점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가 열심히 성당에 다니던 시절엔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때 나는 내 2세가 나와 다른 종교적 선택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가톨릭적인 인간으로 기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줄 알았다. 나에게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그때 나는 외면하기 일쑤였다. 하물며 종교적 선택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나의 2세가 나와는 다른 종교적 선택을 하면 어쩌나? 이 고민은 내가 교회와 이별한 순간부터 벌어졌다. 그 녀석이 교회나 성당, 또는 절에 나간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지? 어느 날 갑자기 아들 녀석이 친구 따라 성당에 나가겠다고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곤 했다.
그런데 이 고민을 현실로 직면하신 분이 페친 중에 계시나 보다. 철학자이시다. 이렇게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들조차도, 자식 문제에까지 철학적인 판단을 하기엔 현실이 팍팍한 것일까? 아! 결국 부모가 된다는 건 바보가 되는 것인가?
나라면, 그래도 자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어떻게 자녀가 내 맘처럼 되길 바라나? 다만, 그 선택에 내가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랄 수 밖에. 그러려면 적어도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대화라는 게 생각보다 무지 귀찮고 지난한 일이다. 게다가 보통의 아빠들은 바쁘기 이를데 없다.
그래서 매우 슬프게도 결국 많은 부모들에 의해 폭력이 동원된다. 그게 다! 부모들에게 대화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바쁘시다잖는가? 한국에 사는 얘들이 민주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지 못하고, 결국 힘을 숭상하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왜 진리의 힘을 불신하는가? 자유롭고 공개된 장소에서 진리가 허위를 이기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자녀 앞에서 진리의 힘을 불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리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진리란게 얼마나 비싸고 귀찮은 건데.. 게다가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진리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녀를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하긴 자녀처럼 쉽게 굴복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상대 앞에서 귀찮게 대화를 동원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자녀 앞에서 솔직해지는 건 어떨까? 아버지도 (또는 어머니도) 진리와 허위를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는 불완전하고 결점 많은 인간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그런 곳에 가는 것을 부모로서 염려하는 이유를 최선을 다해 솔직하기 얘기해 주자.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교회에 나가겠다고 한다면? 그 때는 답이 없다. 가지 말란다고 해서 안 갈 얘가 아니다. 부모 몰래 교회에 나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모자녀간의 소통의을 끈을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자녀를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부모치고, 이런 소통의 끈을 잘 유지하고 있는 사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성매매 처벌을 반대하는 주장을 피다가 굉장히 도발적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네 딸이 성매매를 하겠다고 하면 어쩔래?” 그 때 나는 진짜로 내 딸이 성매매를 하겠다고 나서는 끔찍한 상황을 상상하고야 말았다. 심사숙고 끝에 내놓은 내 진심어린 대답은 이러했다.
“딸에게 성매매를 권장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매매를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도 나에겐 없습니다. 내가 하랜다고 하고, 하지말랜다고 하지않겠습니까? 다만, 만약 그들이 성매매와 관련해서 저에게 진로에 대한 상의를 해온다면, 난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동안 내가 그들과 굉장히 잘 소통해왔다는 뜻일테니까요. 아빠에게 자신의 성매매에 대해 상의를 할 만큼 친밀한 딸을 저는 일찌기 본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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