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대로 고만고만하게 장사를 하던 맛집들 중에서
어느날 한 맛집이 호객꾼을 고용합니다. 일명 삐끼...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짓하고
자기네 맛집으로 유도하는 일이
이 호객꾼의 임무죠...
호객꾼을 고용한 맛집의 매출은 늘게되었고..
딱 그만큼. 다른 맛집의 매출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니, 그 골목안 다른 맛집들도 가만 있을 수는 없었죠.
하나둘 그 골목의 모든 집들은 호객꾼을 고용하게 되었습니다.
호객꾼이 없는 맛집은.. 다른 맛집보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결국, 어느 새 그 골목의 모든 맛집은 호객꾼을 두게 되었는데요..
그 지경이 되자, 어느 집도 매출이 예전보다 늘지 않았습니다.
호객꾼이라는게, 그 골목의 다른 집에 갈 손님을 자기 집으로 데려올 뿐..
전체적인 골목 매출을 늘일 수는 없었으니까요..
결국 이 골목에 호객꾼이 한명도 없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손님들은 더 불편해졌고,
모든 맛집 주인들이 호객꾼의 임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그래서, 음식값은 올라갔고,
올라간 음식값 때문인지 전체 손님이 좀 준것도 같았습니다. .
그렇지만, 자기 집에서 호객꾼의 고용을 그만두려는 맛집주인은 없었습니다.
다른 집들이 호객꾼을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만 호객꾼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골목에서의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으니까요..
결국, 이 골목의 모든 맛집주인들은..
호객꾼들 때문에 모두다 손해를 입게 되면서도...
모두다 호객꾼을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어느 한 맛집이 다른 맛집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리 모두 호객꾼을 없애는게 어떻겠냐고?
다른 맛집들도 그 호객꾼을 없앨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속내는 복잡했습니다.
모든 집들이 실천하면 자기도 호객꾼을 없앨 수 있다고 모두들 생각했지만,
다른 모든 집이 과연 그대로 실천할 지는 모두가 의심스러웠거든요..
다른 집들이 호객꾼을 없애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만 호객꾼을 없애게 된다면...
그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테니까요..
화살은 제안자에게 돌아갑니다.
"너도 호객꾼을 운용하고 있지 않느냐? 왜 말하고 행동하고 달라?
너부터 실천하는게 어때?"
그러나, 제안한 맛집주인도..
모두가 동시에 약속을 하고 벌칙을 정하지 않는 한..
자기부터 먼저 호객꾼을 없앨 수는 없었습니다.
그 역시 생계와 전재산이 달린 일이었거든요..
이 이야기는
맛집골목갈 때마다 봤던 호객꾼들을 보고
제가 생각해낸 이야기인데요.
써놓고 보니
경제학에서 말하는
"죄수의 딜레마"를 설명하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행동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지만...
그 중 배신자가 생기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행동한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되는 법이죠.
세상에는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습니다.
사교육의 병폐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식을 사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키지 못하거나..
자기 스스로 사교육에 종사하는 것.
부동산값 상승의 병폐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집값 올라가는것에 대해 내심 기뻐하거나
집값 오르기 전에 집을 사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최저임금이 형편없이 낮다고 생각하면서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사회에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기가 고용한 사람에게 최저임금밖에 주지 못하는 것..
등등 말입니다.
현재 질서의 개선을 공동체에 요구하고 제안하는 것과..
현재 질서 속에서 그 질서에 어쩔 수 없이 복종하며
최선을 다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
둘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 질서의 개선을 공동체에 요구하고 제안하는 사람은
이기적이거나 합리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되고..
개선되지 않은 현재질서 속에서 먼저 손해를 감수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도 섯불리
사회의 개선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의 개선을 공동체에 요구하는 것이
더더욱 어려워지고..
사회의 발전은 더더욱 더뎌지는 거겠지요.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결국은 이득을 보고..
공동체에 손해를 주는 사람이 결국은 손해를 보는 사회..
그건 경제를 위해서도 정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이 사회의 숙제입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언행일치를 요구하기 전에
상대방이 하는 말의 합리성을
말 그대로 온전히 따져볼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판단과 토론의 주제는
"제안의 내용"일 뿐,
"상대방의 언행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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