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얼마 전에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에게 징병검사안내서가 발송되어서, 부모님의 가슴이 아프다는 말씀을 전해듣고 같이 분노했더랬습니다. 병무청이 미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왜 그 학생에게 가슴아픈 징병검사안내가 발솟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차마 마음으로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한 부모님께서 사망신고를 안하셨던 것 같습니다.
희생 학생이 무연고자도 아니니, 관에서 직권으로 사망 신고를 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만에 하나 직권으로 사망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누가 부모님들의 허락 없이 사망처리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서류상 사망처리가 되지 않았으니, 병무청으로서는 징병검사안내서를 발송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병무청이 발송하기 전에 대상자의 생존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사망신고가 되지 않은 탓에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지 않았으니 생존자로 보았던 것입니다. 혹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따로 배려하고 싶어도 규정이 없으니 병무청 담당자로서는 도리가 없었을지도 모르고요.
퇴학, 출교, 자퇴, 전학, 졸업, 제적 조금씩 개념이 다릅니다. 흔히 제적당한다는 표현 때문에 유족 분들이 거부감이 드실수도 있지만, 제적은 그나마 어떤 평가나 가치도 포함되지 않은 중립적 표현입니다. 학적과 이별하는 것이죠.
원래 사망자는 그렇게 학적과 이별하는것이 원칙인 듯 합니다. 학교측에서는 유족분들에게 명예졸업을 제안드렸지만, 유족분들이 미수습자 생각에 받아들이시지 못한 모양입니다.
결국 생존학생들을 졸업시키자니, 학교 측에선 사망학생들을 학적에서 이탈시킬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인데, 유족분들의 참담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그럽고 사려깊은 이해를 구할수 밖에 없는 학교측의 입장도 참 딱한 노릇입니다.
아마, 사망학생은 학적부와 이별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담당자가 어쩔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학적부와 이별시켜야하는 상황에서 이해를 구한답시고 다시 언급하는게 유족분들 맘을 더 상하게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요,
만약 명예졸업을 하더라도, 학적부와는 이별할수 밖에 없었을것입니다. 명예졸업과 제적은 모순없이 양립이 가능한 일이니까요. 다만 시기가 문제될텐데. 생존학생의 졸업을 위해 어쩔수 없는 일이었으니, 학교측이 지금 그 사실을 뒤늦게 아시고 노여워하시는 유족분들의 이해를 구할수 밖에 없는것이죠.
보내기 힘든 마음으로 사망 신고를 안하신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만약 사망 신고를 해태했다고 해서 법대로 유족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저라도 화가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죽은 사람에게 징병검사안내서를 발송해서 유족의 화를 돋우는게 서류에 얽매인 이 사회의 현실입니다.
제적 역시 서류처리일 뿐이죠. 서류상 문제에 일일이 너무 마음을 매이기보다는, 우리가 그 학생들을 여전히 단원고학생으로 인정하고, 그렇게 알고 있다는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두 사건을 겪고, 감히 해봤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와 관련해서 가슴 아픈 일이 생길 때마다 화를 내시기보다는, 그 화의 에너지를 세월호 진상 규명에 더 쏟으시는 것. 그것이 희생자들이 원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철없이 해봅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