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0일 수요일

수사권과 기소권, 특검의 대통령임명에 대한 오해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특검과 진상조사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신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타파 최기훈기자와 트윗으로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최기훈기자께서 가지고 계신 오해 또한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 최기훈기자와 나눈 트윗을 기초로 해서 여러분이 오해하고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최 : 진상조사위는 특검보다 포괄적이다. 특검은 책임자 처벌에 필수적이지만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에서 나온다.그래서 수사권이 진상조사위에 필요한 것이고 유가족들이 그토록 간절히 요청하는 것이다.

똘 : 기자님! 수사권이 뭔가특별한권한을 부여하는것으로 오해하고 계신것같은데, 수사권을가져도 법원의영장이 없는한, 당사자의동의없이 아무것도 할수없습니다. 기자님이 가지고 계신 취재권하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최 : 오해하고 있지 않아요. 수사권이 어떻게 기자의 취재권하고 같나요? 법원영장은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이나 인신구속에 필요한거죠.

똘 : 수사에는 임의수사와 강제수사가 있습니다. 임의수사는 취재처럼 당사자의 동의를 요하고요, 강제수사는 법원의 영장을 필요로 합니다. 법원의 영장이 없다면, 어떤 수사권도 진상조사를 위해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최 : 강제수사가 압수수색,구속을 말하는거랍니다.법원영장없이 수사권이 힘을 발휘하지못한다는 일반론적인 얘기가 특별법 얘기하는데 왜 나오나요?

똘 : 수사권이 문제가 되는것은 검찰과 경찰처럼 국가기관 사이의 일이고요. 만약 유가족이 추천한 후보자로 구성된 특검조차 신뢰하지못하고 수사권특위만을 신뢰하실수 있다고 한다면, 과연 법원은 신뢰하실수 있는가? 그걸 한번 여쭙고싶었습니다.

최 : 법원영장 가능한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수사권 자체에 그런 권한이 들어가있는겁니다.

똘 : 아뇨. 유가족이 특검후보를 모두 추천한다면, 굳이 특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죠.

최 : 수사권은 공권력입니다. 기자의 취재권은 공권력이 아니고요.취재응하지않는다고해서 공무방해도 아니고요.

똘 : 임의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진 않습니다 ^^

최 : 특검과 진상조사 특위는 역할이 다릅니다.특검은 수사기관이고요. 수사권이 없으면 진상조사위가 유명무실해지니까 수사권을 주자는것이죠.유가족들은 조사대상이 특검을 임명하는 아이러니에 반대하는것이고요.법원을 못믿는단말은 뭔말씀이신지?

똘 : 출근마치고 답변드릴게요

최 : 그건 협상안에 대해 유가족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사선에서 단식하는 분이 있는상황에서 유가족분들이 여러가지 보시고 최선을 판단하시겠죠.

똘 : 지금 유가족분들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수사권 사실상 수용하셨고요, 다만 추천위에 여당이 완전히 배제되길 주장하고 계시죠.


1. 수사권과 기소권은 특검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위에도 있어야 한다?

한 사건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두 개의 기관이 각각 모두 수사권을 갖는 것은 형사사법의 대원칙에 비추어볼 때,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것은 같은 내용을 조사하고 같은 내용을 처벌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피의자를 각각의 기관에서 따로따로 불러 조사하거나 따로따로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적절성의 원칙에 비추어 피의자인권을 위해 매우 부적절합니다.

만약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면, 특별검사를 진상조사위 안에 두는 수 밖에 없습니다. 헌법제12조와 제16조에 따라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청구는 검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특별검사를 진상조사위 안에 둔다는 것은, 역시 형사사법의 대원칙상 부적절합니다.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특별검사에 대한 진상조사위의 지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수사권이 있으면, 관련자들을 강제로 소환하거나 압수수색을 해서 진상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수사권이 있다는 것이 곧 강제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수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에 의해야 합니다. 임의수사는 당자자의 동의와 협조하에 이루어지는 수사를 말합니다.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것도 법원의 허락을 얻어서 강제수사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좋은 칼이 될 수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입니다. 그마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요, 그렇게 되면, 여러분들이 믿어마지 않는 수사권이라는 거, 일개 기자의 취재권보다도 못한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영장이 없다면, 언론사의 취재활동이나 수사기관의 임의수사나 특별히 다를 게 없습니다. 당사자의 동의와 협조하에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죠. 조사권이라면, 차리라 공무원에 대해서 강제력을 가지기라도 합니다.

수사권이 중요한 의미를 같은 지점은 검찰과 경찰 같은 권력기관 사이에입니다. 권력기관들 사이에서 수사권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점은 기관 사이의 관계를 설정해주기 때문입니다.

3. 수사권이 없으면, 진상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다?

그것은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 등 지금까지 수사권없이도 성실하게 진상을 조사해왔던 수많은 기관들을 폄훼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수사권, 기소권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지 않은 진상조사활동을 벌이는 거?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좀 불편하고 귀찮을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어차피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고문하실 게 아니라면, 별반 다를게 없습니다.
도대체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지 않은 진상조사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서, 후세에 교훈을 남기고.. 이 사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역사에 남긴다는 측면에서 무척 중요할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보고서가 법원에 의해 채택된다면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법률에 근거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진상조사보고서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니까. 수사권 없는 진상조사권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것도 아닙니다.

4.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은 믿을 수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수사기관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독립적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임명이라는 것은 국가원수의 임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어떻게 임명되나 생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재판관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헌법 제111조2항)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다룰 수도 있는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해서 독립성이 훼손된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말 그대로 임명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9명의 재판관이 누구인지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국회, 법원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특검도 그렇습니다. 누가 추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누가 임명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들만 추천하면, 어차피 그 안에서만 임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이유로, 유족들이 추천하는 특검도 못믿겠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법원은 신뢰하실 수 있겠냐고?

5. 지난 8월 12일

저는 지난 8월 12일 제가 글을 쓰는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들을 통하여 이미 아래와 같은 절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복수의 후보자를 유가족단체가 추천하고, 그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한 자를 특검으로 하여, 이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다.
- 특검과 별도로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세월호특위를 유가족측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8월19일 여야 합의안에 대해 유족대책위가 거부의사를 표시하시면서 결국 여야의 합의안이 점점 제가 8월12일 제시했던 절충안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유족 대책위에서는 수사권을 진상조사위가 직접 가지겠다는 것도 양보하셨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제까지도 사실상 수용하셨습니다. 다만 특검후보추천권만은 도저히 여당한테 못주시겠다는 겁니다. 이제 여당이 결단할 때입니다.

이 지점에서 최기훈 기자처럼 아직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제일 큰 쟁점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대한변협 등이 지금까지 그렇게만 알려온 탓인 것 같습니다. 이제 풀 오해가 있다면 푸시고,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불완전하고 결점이 많습니다. 혹시 이 글 속에서 제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친절하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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