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세월호 참사 직후의 일이다. 표창원이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다구리를 당한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의 해결은 ‘박근혜를 잊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당시 지식인으로서 당연히 할수 있는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날은 하루 종일 트위터에서 다구리 당했다. 하여간, 이쪽이든 저쪽이든, 자기 생각이랑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는 용납하지 못하는 족속들이란.
오늘 MBN 인터뷰를 보고 환호하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보니, 문득 그 때 생각이 난다. 명색이 심리학자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중들을 기분 좋게 만들자고, 말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표창원 교수에게 한번도 발견해본적은 없다.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어떻게 빨아줘야 대중들이 좋아할 지 어쩌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렇게 하지 않는 까닭은 어쩌면,. 그렇게 하기엔 표 교수의 비위가 약하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 MBN 인터뷰를 보면서 몇 번씩 들었다.
정치인에게는 표의 등가성이 있다. 무식한 표나 똑똑한 표나 다 같은 한표다. 반면, 달리 학자는 진리를 추구한다. 표창원, 그는 곱씹어볼 수록 정치인보다는 학자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문제는 앞으로 정치인이 된 학자 표창원을 바라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너무 뜨겁다. "노무현 관장사" 라는 제목을 뽑은 한겨레 앞에서, 국회의원 후보 권은희를 검증하는 뉴스타파 앞에서 이들이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얼마나 뜨거워질 수 있었는지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지금 표창원을 뜨겁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과연 앞으로 표창원을 어떤 온도로 바라볼까? 정치인 표창원 앞에서 다시 한번 그들의 뜨거움을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순간. 그 시간이 머지 않았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금 뜨거운 마음으로 표창원 교수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지지자들은 명심하자. 같은편만 결집하는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다른편을 설득하는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적에게 적용한 기준을 우리 편에게도 적용하는 공정성이 필요하다. 오늘 표창원 교수가 우리에게 보여준, "속시원함"은 바로 이러한 공정함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앞으로 표창원 교수의 기준이 우리를 향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과연 냉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능력이 있을까? 작년 표창원을 다구리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하며 미리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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