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0일 일요일
도로명주소의 인문학적 함의와 가치
1. “지번” 주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번”이라는 게 있어. 쉽게 말해서 땅덩어리의 번호야. 토지 번호. 땅이라는게 한정된 자원이긴 한데, 이것을 땅덩어리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돼. 때로는 땅덩어리의 숫자가 막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거든? 분필하거나 합필 하거나 하게 되면, 같은 면적의 땅 안에서도 하나의 땅덩어리가 여러개의 땅덩어리가 되고, 여러개의 땅덩어리가 하나의 땅덩어리가 되게 되는 거지. 그래서 행정기관이 이렇게 땅의 개수와 모양이 바뀔 때마다, 순서대로 부여하는 번호가 바로 지번이야.
그런데 이 지번이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 분필된 순서 외에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어. 그런데 우리가 분필된 순서를 알아서 뭐해? 그냥 행정기관이 편의상 붙인 고유번호라고. 고유번호. 인덱스의 역할 외는 하는게 없어요. 땅의 모양이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이 고유번호를 가지고 토지대장을 살펴보거나, 토지대장에 의해 작성된 지도를 봐야만 답이 나올 거고, 땅의 주인을 알려면 이 번호를 가지고 등기부등본을 떼어봐야 하는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의미없는 숫자 인덱스인 토지번호를 오랫동안 “주소”로 사용해왔어. 최신 토지대장의 내용이 반영된 지도가 없으면, 이 지번은 그냥 그 장소를 특정하는 역할 외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야. 그냥 아무 의미 없는 땅이름을 숫자로 붙여놓고서는 그걸 우리는 굉장히 오랫동안 “주소” 또는 어떤 장소에 대한 위치정보를 제시하는 용도로 사용해 온 거지.
그런데 마침 이걸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획기적인 일이 몇 년전부터 사용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불만이 많은 가봐. 일단 불편하고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네? 오늘은 내가 이 역사적 과업의 인문학적 함의에 대해서 얘기해주도록 할 게.
2. 토지 중심에서 건물 중심으로
지번을 중심으로 한 주소는 토지 중심으로 짜여진 거야. 땅의 번호 (address)가 곧 사람의 주소 (domicile)가 되는 거니까 말이지. 그런데 새 주소에서는 땅덩어리의 번호를 배제되고 건물에 번호를 매기는 방식이라는 것이 포인트 중에 하나야!
지번주소가 뭐냐? 아직 농경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일제가 토지 수탈을 위해 토지대장을 정리하며 만들어놓은 지번을 그대로 주소로 삼는거지.
단지 일제가 만들어놓은 거라서 기분나쁘다는게 아냐! 당시는 농경사회니까. 토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겠지. 그런데 지금은 토지보다는 건물이 더 중요한 자원이고!! 사람이 사는 장소의 측면으로 봐도 토지보다는 건물이 더 합당한 시대가 온 거라고.
자원으로서의 땅과 건물의 가치. 또 주거주지로서 땅과 건물의 가치, 여러 가지 특면을 비교할 때, 이제 땅번호는 건물번호에 비해 주소로서 적합하지 않은 거라고 그걸 시대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 바로 새 주소라고.
3. 행정기관 편의 중심에서 이용자 편의 중심으로 ..
이 제도 변화를 두고 “행정이 인식을 따라와야지 왜 인식이 행정에 따라가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게 바로 그 점이야!!
지번 주소는 행정이 지들 편의대로 여기가 135번지요! 하면 백성들 모두가 이유도 모른채 그 의미 없는 번호를 가지고 주소로 삼아야 하는게 지번 주소인데. 새 주소는 단지 부동산이 생긴 순서대로 번로를 붙이는 게 아니라, 부동산에 접근하는 방법인 도로의 이름과 그 도로 안에서의 위치에 따라 건물 번호를 붙여놓은 주소 체계지.
도대체 뭐가 관 중심의 사고이고 뭐가 민 중심의 사고인지? 이 불쌍한 백성은 관의 깊은 뜻을 왜 몰라주는 거지? 피아골 너! 행정기관이 하는 일은 일단 딴지부터 걸고 싶은 거 아냐?
4. 그렇다면 땅 번호 - 지번 – 의 미래는?
물론 땅 번호는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사람이나 건물에게도 주소가 필요하지만, 땅에게도 고유번호는 필요하거든. 땅을 관리하려면 말이지. 그런데 사실 땅의 고유번호가 필요한 순간이 살면서 얼마나 되겠냐고? 땅을 사고 팔 때! 땅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때! 경계담 쌓아야 할 때! 그 외에는 없어요!!!
도대체 보통사람이 1년에 몇 번이나 땅을 사고 팔겠냐고? 보통사람이 1년에 몇 번이나 경계담을 쌓겠냐고? 그래서 보통 생활에서는 사람 또는 기관의 주소로 건물번호를 중심으로 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땅이나 건물같은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권리의무에 대한 다툼이 있을 때! 그 때만 아마 땅 번호. 지번이 사용될 것이라는 게 내 예측이고. 아마 도로명주소를 추진하는 당국의 소망도 비슷할 거야.
즉 지번은 부동산 고유번호로서의 역할 외에는 하지 못할 거라고. 지금도 토지대장을 살펴보면, 땅 덩어리마다 지번을 이용해서 만든 19자리의 부동산고유번호가 부여되어 있거든. 그런 용도로만 사용될 거라는 거지.
5. 도로명 주소가 신도시 사는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종로, 동대문, 서대문 등 구도심 사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똥을 싸라!! 솔직히 도로명 주소의 이익이 구 도심에서보다 신도시에서 더 높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그런데 신도시하고 구도심하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웃긴 거지. 왜 신도시하고 비교를 해? 구 도심 하나만 놓고 지번 주소를 사용하는게 더 편리하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게 더 편리하냐? 그걸 따져봐야지!!
종로에는 북한산, 동대문엔 배봉산, 서대문에는 안산과 인왕산이 있어. 그리고 면으로 인식된 공간이 있어!! 길을 그저 뚫리는 대로 나 있고! 그런 상황에서 도로명 주소로 뭘 찾으면 속이 희까닥 다 뒤집어진다고? 난 도대체 그런 상황에서도 행정기관이 규칙없이 부여한 지번 주소가 도로명 주소보다 나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거든? 어차피 지번주소 받으면, 인터넷에서 쳐봐야! 거기 찾아갈 거 아냐! 도로명주소도 마찬가지고! 희까닥 뒤집어지긴 뭘 뒤집어지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 것이 기존의 행정구역 "동"이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해! 행정구역은 예전처럼 그대로 존재하는거야. 주소체계를 도로명대로 바꾼다고 해서 행정구역까지 도로 명대로 바꿀 필요는 없잖아? 길 하나가 한 행정구역 안에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길 하나가 여러 행정구역에 걸친 경우도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 도로명주소가 생긴다고 해서 동과 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거..
특히 행정구역 가운데, 구, 읍, 면 이상은 지번주소 때와 다른게 없어. 도로명 주소에도 포함되는 거지. 다만, 행정구역가운데서 동과 리는 주소에 활용되지 않고, 도로명주소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행정구역과 주소를 분리하는 것이 과연 행정기관 중심인지 사용자 중심인지.. 그건 각자가 좆잡고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고.
6. 그래도 너무 불편하다고?
도로명 주소라는게 어느 한 정부에서 갑자기 떨어진게 아냐. 준비만 거의 20년 가까이한 사업이라고!! 준비만!! 1996년도 김영삼 정부 때 내무부 주도로 시범사업을 추진했고. 1997년도 강남구, 안양시, 안산시, 청주시, 공주시, 경주시 여섯 개 기초지자체를 통해 시범사업을 벌였으며 97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4년 동안 도로명 주소시설물을 전국에 설치했고. 2010년 예비안내를 거쳐서, 2011년 도로명주소를 일괄고지했고 2014년부터 비로소 전면적으로 시행한 제도라고!!
그런데 고작 지금 2년 지났어. 2년동안 기존 주소의 습속을 버리지 못한 니들이 불편해한다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냐? 다시 행정기관이 규칙없이 붙인 지번을 주소로 사용하는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래. 불편하겠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계속 많이 사용해!!! 언제까지? 네가 안불편해질 때까지. 니가 아직까지도 도로명 주소가 불편하다는 건, 아직 네가 그걸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사용하라고!! 도로명 주소가 너 같은 얘들이 불편하다고 징징댄다고 해서 되돌릴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되돌린다면 그거야 말로 미친 짓이지.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