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5일 목요일

내가 닉네임을 짓는 법




커뮤니티 게시판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내가 게시판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은
"잘난 척"한다는 말이었다.

개인의 재능이 발현되어서
사회에 기여를 하려면..
나처럼 잘난 사람이 잘난척하는 건
사회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무슨 말만 하면,
논리적으로 반박도 못하는 자들이
잘난척한다고만 비아냥되니..
영 거슬리기 이를데가 없었다.

내 존재가치를
남에 의해 확인받지 않는 방법을
훈련하던  나는
필명을 아예 이렇게 지어버렸다.
"잘난척"

아예 대놓고
"난 잘난척하고 있소."하는 셈이었다.

닉을 그렇게 짓고 나니,
재미도 있고,
그토록 싫어하던 잘난척한다는
비아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간혹 여전히
잘난척이 정말 잘난척한다는
사람이 있어도
그 말은 더이상
나에게 힘을 쓸 수 없었다.

왜? 난 잘난척이니까!
잘난척이 잘난척하는게 뭐 이상해?

내가 남들로부터 듣기 싫은 말을
닉네임으로 정한 것은 그때부터다.



잠깐의 "잘난척"시절을 거쳐
나는 곧 "개새끼"의 시절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다.
내가 욕설애호가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할말 없고
지들 맘에만 안들면 "개새끼"랜다.
그 욕설의 힘을 빼주고 싶었다.

마침 진중권의 책에서 읽은
"개새끼의 존재미학"이라는 글도
그 결정에 한몫했다.

아! 자유주의자가
그 시대에서 개새끼 소리를 듣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로구나.
그 소리 듣는 걸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진보신당 당원게시판.

내 닉네임을 몹시 맘에 들어하지 않는
한 당원이 있었다.
직업이 수의사였나?

내가 지 닉을
개새끼라고 지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닉을 개새끼라고 한다는데,,
지가 왜 그렇게 환장하는지..

그는 내 필명을 빌미로
내 부모를 욕하고 있었다.

내가 자유주의자가 되고 싶어서
지은 필명과
내 부모님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아무 상관이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의 부모를 욕보이기 좋아하는 사람들.

전체주의자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그들은 개인의 잘못보다
그 사람이 속한
체계텍스트를 건드림으로써
당사자를 중죄인으로 만든다.

보복해주었다.
그의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그리고, 그 사건은 나를
당기위원회 징계대상으로 만들었다.
진보신당 징계 제1호였다.  

내가 징계를 받을 행동을 했다면,
그 수의사도 징계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력한
양아치정당에 불과했다.

미련이 없었다.
당당히 탈당계를 내고, 그 곳을 떠났다.
내가 믿고 있던 원칙은
그곳에서도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얼마 후, 진중권의 모욕사건에 대한
진보신당의 성명서.

거기서 나는
내가 당기위원회에서 펼친
내 변론과
똑같은 논리를 보았다.




내가 쓴 닉네임이
개새끼와 잘난척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블로그에서는 오래도록
"똘레랑"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그건 굳이
나를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게 할 필요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닉네임을 통해,
나름 똘레랑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닉을 처음 쓸 때는
그 말이 무슨뜻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프랑스 말인 똘레랑에는
아무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개새끼라는 순 우리말에
거부감을 가지는 걸 보면..
말이라는 게 좀 우습다.

사실은 개새끼라는 닉 속에는
똘레랑스의 의미가 강력히
내포되어 있는데 말이다.

나를 지들 마음대로
바꾸려고 하지 말고
제발좀 좀 냅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달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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