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으로 구속된 조현아 부사장의 구치소 생활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많다. 워낙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인 탓이다. 한편으로는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공주님'의 모습을 통쾌하게 여긴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통 사람과 다를 지도 모를 '공주님'의 구치소생활을 의심한다. '공주님'의 감옥살이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그러나, 통쾌함이나 법의 공평함을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구치소라는 곳에 대해 한번 바라보자. 구치소는 어떤 곳인가? 물론 법적으로는 교도소와 같다. "교정시설"로 구분된다. 그런데 구치소는 과연 정말 "교정시설"일까? "수용자들의 권익보호와 교정교육, 직업훈련 등 사회적응 능력의 배양을 통하여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자 설치 운영하는 시설" 구치소가 과연 그러한 곳인가?
"구치소가 교정시설"이라는 말 속에는 미결수에 대한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한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무슨 교정교육을 하나? 구치소는 벌을 주는 곳이 아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재판 전에 구속하여 가둬두는 곳일 뿐이다. 단지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것이다.
사진은 천안개방교도소. 우리 구치소를 이 수준으로 만들지는 못할까?
그렇다면, 구치소는 오로지 이 목적을 위해서만 최소한으로 인권을 침해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구속수감의 목적을 넘어선 불필요한 침해가 있다면 방지하고 개선해야 한다. 미결수로서 무죄추정을 받은 시민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품위를 지켜주어야 한다.
사진은 천안개방교도소. 우리 구치소를 이 수준으로 만들지는 못할까?
만약 수용자가 비용을 추가로 지불한다면, 구치소를 호텔처럼 만들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구금되었던 자가 무죄선고를 받을 때의 형사보상이나, 유죄선고시의 구금일수 산입 등에 대해도 정교한 고민이 필요하다.
잘 안다. 갑중의 갑. 갑질 공주의 구치소행이 우리들을 얼마나 통쾌하게 하는지. 그러나 갑질 공주 한 사람을 구치소에서 보냈다고 해서, 그 공평함에 안도할 바보도 있는가? 훨씬 더 많은 을들이 구치소에 갇혀 정말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점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엊그제 수감된 황선을 생각한다. 국가에 의해 누명을 쓰고 100일 동안 수감되었던 홍가혜를 생각한다. 갑질공주님 구치소생활을 통쾌하게 생각하게 전에, 갑질 공주의 구치소행을 모든 미결수들의 침해받는 권익에 대한 개선을 모색해는데 이용할 방법은 없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을 접어둔채, 오로지 공평함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전국민 징병제나 구치소가 다를바 없다.
물론 그 전에 우리 마음 속에 명토받아 구별해야 할 점은 이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구금은 구치소에서 형벌은 교도소에서! 구치소는 형벌의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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