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와 사귈 수 있는 남자분?

“당신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와 사귈 수 있나?” 천박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언론이 던졌다고 치자. 안봐도 비디오다. 그 언론사가 과연 어떤 비판에 직면하게 될지는.

본질은 루저녀에게 있지 않다. 그렇다고, 누구말처럼, 녹화중 돌발발언에 대한 편집상 오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출연자에게 던져진 제작진의 질문 자체에 있었다. 

극과극: 연애관, 나는 키 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다.”




딱하게도 방향잃은 복수의 화살을 맞은 것은 루저녀다. “천박하게도” 당신은 키 작은 사람과 사귈 수 있냐고 묻는 제작진 앞에서, 자신의 성숙하지 못한 취향을 “진솔하게” 표현한 죄다. 현명하지 못했다. 루저녀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미성숙한 한 존재일 뿐.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것, 성숙하지 못한 것을 탓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복수의 화살의 방향을 바로 잡는 일이 아닐까?

상징적으로라도 배상이 필요하다면, 질문의 함정에 빠진 루저녀가 청구할 일이다. 대상은 KBS다.

형법 제307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명예훼손이다. KBS가 받을 혐의다. 여기서 명예를 훼손 당한 이는 다름 아닌, 루저녀고, 공연히 적시된 사실은, “루저녀가 미성숙하게도 자신의 취향을 말했다”는 점이다.

물론 피해자인 루저녀에게도 과실이 있다. 손해배상의 책임과 금액의 결정에 있어서 참작될 거다. 이걸 “과실상계”라고 한다.

우리는 루저녀의 미성숙보다 탓해야 할 더 크고도 중요한 대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루저녀의 오류는 작은 것이지만, KBS나 사회의 오류는 큰 것이기 때문이다. 사소하고 작은 오류에 눈이 멀어 큰 오류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오류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