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질문했다.
"문/예/과/정치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는지 여부
이걸 누가 판단할 것인지?
누가 그럴 자격과 권한이 있는 것인지?"
질문자가 원하는 답이 될지는 잘 모르겠고..
이 답에 내가 100%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그 질문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해명이 존재하기에
이곳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 제2호 위헌소원 =======
(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등)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야기하고,
그로 인하여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함으로써
그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95헌가16, 99헌마480)
한편,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도 요청된다.
즉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88헌가13, 98헌가10, 2004헌바46).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다소 광범위하여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88헌가13, 98헌가10, 2004헌바46).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2006헌바12, 2002헌바8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에 대하여
개념규정을 하고 있지 않고,
구 정보통신망법의 다른 어디에도
별도의 개념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우리 재판소는 이미 ‘음란’ 개념을
앞서 본 바와 같이 규정하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고
(95헌가16),
대법원도 앞서 보았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형법상 ‘음란’ 개념을
일관되게 판시하여 오면서
최근 그 범위를 엄격하게 좁힌 바 있으며,
구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하는
동영상의 ‘음란성’에 대한 기준도
유통되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달리 볼 것이 아니라
성 표현물 그 자체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고 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에 대한
객관적 해석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입법자가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사회일반의 건전한 성적 풍속 내지 성도덕’ 보호라는
입법목적의 온전한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고,
'음란'의 개념과 그 행태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고
그 시대에 있어서 사회의 풍속, 윤리, 종교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추상적인 것이므로,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현저히 곤란하다.
물론 규범적 음란개념 대신
보호법익과 표현내용에 따른 해악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법문(法文)화ㆍ구체화하여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구체적 유형별로 명시하는 것이
명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입법형식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입법목적, 입법연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통하여
어떠한 행위가 ‘음란’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보다 구체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곧바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99헌가4).
명확성의 원칙이 언제나
최상의 명확성을 요구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02헌바83, 2006헌바5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비록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현 상태로도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판단기준 또는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어떤 표현이 ‘음란’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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