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아랫집 베란다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해결법

그림출처 : 이투데이




제가 사는 아파트 홈페이지에
어떤 주민께서
아랫집 베란다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글을 올려놓으셨더라고요.

저도 아직은 담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만,
흡연은 기호가 아닌 질병입니다.

기호라면,
자신이 자유롭게 끊고 싶을 때
끊을 수 있어야 하는데,
담배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러나, 누군가의 흡연이 다른 이에게
간접흡연을 강요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는
그건 질병 차원으로 그냥 놔둘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요.

문제는 이런 간접흡연의 강요가
이웃간에 벌어졌을 때
좀 심각하게 벌어질 수 있겠는데요..

비단 이런 문제는 담배연기 뿐만 아니라,
층간소음, 공용부분 사용 등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벌어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상린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법적으로 구해보자면,
민법 제217조가 떠오르게 됩니다.

민법 제217조 (매연등에 의한 인지에 대한 방해금지)

①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②이웃거주자는 전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

민법이 이웃관계에 관해 정해놓은 것은
토지소유와 관련된 것이긴 합니다만,
이것은 공동주택 소유자나 거주자에게도 준용하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규정이라는게 상당히 원론적이고
하나마나 한 말을 해놓은 것이어서,
현실세계에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많이 있고,
실제로도 다툼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요.

도대체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는 것 중에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이라 하면,
어느 정도까지 참아야 하는 걸가요?

아무리 고민해봐도, 결국 이런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제 생각에, 이런 문제가
이웃간에 돌이킬 수 없는 다툼으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테크닉은
바로 “표현방법”입니다.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고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거죠.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고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거.
이게 말은 쉬운데, 사실 훈련이 되지 않으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닙니다.
특히 이웃끼리는 더욱 그렇죠.

마침 제가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를 소개하는 홈피에서 건진
구체적인 테크닉이 있어서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첫째, 관찰 (Observation)

어떤 상황에서 있는 그대로,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관찰합니다.
나에게 유익하든 그렇지 않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행동을 내가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여부를 떠나서,
판단이나 평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관찰한 바를 명확하게 그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관찰에다가 평가를 섞으면
듣는 사람은 이것을 비판으로 듣게 되고,
우리가 하는 말에 저항감을 느끼기 쉽다는 군요.

예를 들어서,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네가 전화를 끊었을 때”라고 말한다면,
자신의 관찰을 잘 얘기한 것이 되지만, “네가 무례하기 행동할 때”라고 말한다면,
그건 평가가 들어가게 된 것이겠죠?

둘째, 느낌 (feeling)

그 행동을 보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가를 말하는 겁니다.
아픔, 무서움, 기쁨, 즐거움, 짜증 등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느낌을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좀더 쉽게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합니다.
NVC에서는 실제 우리의 느낌을 표현하는 말과,
우리의 생각/평가/해석을 나타내는 말을 구별합니다.
보통 우리는 “느낀다”는 말을 많이 쓰지만,
실제로는 느낌보다 생각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나는 무시당한다고 느낀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우리의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을 드러내는 말일 것입니다.

셋째, 필요/욕구 (need)

자신이 포착한 느낌이
내면의 어떤 욕구와 연결되는지를 말하는 겁니다.
NVC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의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자극이 될 수 있어도,
결코 우리 느낌의 원인이 아니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갖게 되는 느낌은
당시 나의 필요와 기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언행을 받아들이는
우리 자신의 마음 자세에 달린 것이기도 합니다.

NVC의 세 번째 요소는
우리 자신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영향을 주는,
우리 내면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우리 스스로가 지도록 합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욕구와 희망, 기대, 가치관이나 생각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느낌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나는 …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을 느낀다”는 표현으로 바꾸면
자신의 책임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네가 음식을 남기면 (관찰), 엄마는 실망한단다. (느낌)”.
=> 엄마는 네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에 (욕구),
네가 음식을 남기면 (관찰), 실망한단다(느낌)

넷째, 요청/부탁 (request)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해주길 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말을 피하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함으로써
긍정적인 행동을 부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웃께서 겪고 계신 힘든 상황에
이 NVC 테크닉을 한번 적용해볼까요?

“저희집에 베란다 쪽과 복도쪽으로 담배연기가 올라오는데요,
담배연기가 올라올 때마다, 저희 집 아기들이 기침을 합니다. (관찰)
저는 저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에 (욕구),
그때마다 굉장히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납니다. (느낌)
혹시 담배를 피우실 때는 1층에 내려가서 아파트 밖에서 피워주시면 안될까요? (부탁)..

이 말씀을, 담배연기의 발원지라고 생각하는 댁에 가셔서
“직접” 해보시면 어떨까요?

아드님 손잡고 가셔도 좋고요.
휴일에 온가족이 모두 가서 말씀하셔도 됩니다.

물론 낯선 집에 벨을 누르는거 쉽지는 않으실 거고,
조심스러우시겠고,
게다가 내심 그 집에 대해 좋은 기분도 아니시겠지만,
어머니들은 강하시잖아요?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될 말씀은 하셔야죠!!

그렇다고, 너무 확실하게 말씀하고 싶으신나머지,
감정이나 욕구만 드러내시다가는
이웃끼리 얼굴 붉힐 일도 생길 수 있고..
그게 심해지면, 이웃간 살인사건으로 비화된
층간소음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걷잡을 수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알려드린 테크닉을 꼭 한번 사용해보세요.
제가 응원해드릴게요..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채
누군가의 가정에 지속적으로 고통을 준다면..
그때는 정말로 공동체차원으로다가
그 문제를 고민해봐야겠지요?


꼬다리 ...

이웃분들에게 NVC를 소개하면서, 좀 걱정스러운 게 있는데요.
안다고 해서, 전부다 실천할 줄 아는 건 아닙니다.
인간적으로 불완전하고 결점이 많은 저 또한 그렇습니다. ^^
그렇지만, 담배골초가 담배의 해악을 말한다고 해서..
그가 말하는 담배의 해악을 신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스스로 실천도 잘하지 못하는 주제에
NVC 같은 걸 아는 척한다고 너무 욕하지는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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