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가 태아의 성별에 대하여
임산부에게 고지하는 것을
금지하던 시절이 있었어..
성별을 이유로한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지.
성별을 이유로한 낙태가 남용되는 것은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그런 금지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 거야.
또, 임산부에게 태아의성별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수단도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
성별을 이유로한 낙태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법익은
임산부의 알권리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돼.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의사가 태아의 성별에 대하여
임산부에게 고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에 대해
위헌을 확인했어.
2008년도 7월 31일의 일이야.
그래서 요즘은, 임신초기가 아닌 이상..
산부인과 병원에서도 태아의 성별을
임산부에게 알려줘.
도대체 헌법재판소가
이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의사에게
태아의 성별에 대하여
임산부에게 고지하는 것을
임신기간 내내 금지하지 않더라도,
성별에 의한 낙태를 방지하는
침해가 더 적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거지.
결정례를 한번 읽어볼까?
1) 임신 기간이 통상 40주라고 할 때,
낙태가 비교적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반면에,
낙태를 할 경우 태아는 물론,
산모의 생명이나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여
낙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도 있다.
예컨대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일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만,
모자보건법시행령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이러한 예외적인 낙태도
임신한 날로부터 28주가 지나면
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면
대체로 낙태 그 자체가 위험성을 동반하게 되므로
태아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낙태 그 자체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낙태가 사실상 이루어질 수 없는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에 대한 성별 고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행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한정하여
태아의 성별 고지를 허용하게 되면,
낙태의 위험은 없으면서도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보장함은 물론,
태아의 부모가 태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방해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낙태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에 있어서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고지의 허용은
이 사건 규정의 입법목적 달성에
특별한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을 이유로 하는 낙태가
임신 기간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 사건 규정이 낙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에 이르러서도
태아에 대한 성별 정보를
태아의 부모에게 알려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의료인과 태아의 부모에 대한 지나친 기본권 제한으로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2) 한편, 우리 형법은 성별에 따른 낙태뿐만 아니라
모든 경우의 낙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낙태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낙태죄는 모자보건법에서 예외적으로 정한
일정 사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처벌하여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이 사건 규정은
여러 가지 낙태 중에서
특히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근절시킨다는 명목 하에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고 있다.
형법상 낙태죄만 가지고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이 사건 태아의 성별고지금지 제도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아제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되던 시절에 만연했던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출산장려 정책이 실시되고 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만연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외에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선
과잉규제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005년 9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해 낙태시술 추정 건수 약 34만 2000여건 중
42% 정도에 해당하는 14만 3000여건이
미혼여성의 낙태로 나타났고,
나머지 기혼여성의 낙태도 76% 정도는
자녀를 원치 않거나(단산)
터울 조절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이루어진 낙태는
겨우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바,
위 실태조사는 실제 대부분의 낙태가
성별을 이유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성별에 대한 고지가
곧 성별의 인위적 선택 및 성별을 이유로 하는
낙태의 사전 준비행위라고 전제하고
성별고지 행위를 낙태의 원인행위로 보아
이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선입견에 입각한 것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당시에 비하여
남아선호경향이 현저히 완화되고 있고,
전체 성비가 2006년 107.4로
자연성비 106에 근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성비불균형이 심각한 사회문제인가 하는 점 및
태아에 대한 성별고지가
낙태의 원인행위로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이
임신기간 전 기간에 걸쳐 태아의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대처라고 할 것이다.
3) 낙태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형법 규정이
현재는 거의 사문화되어
낙태의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라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규정과 같은
입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낙태 규제 제도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법 집행을 실효성 있게 하여
제도가 목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낙태 근절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형법상의 낙태죄를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는 물론,
다른 원인으로 인한 낙태도 근절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법으로 처벌하고 있는 마당에
엄중한 법 집행을 통하여 그 실효성을 도모하기보다,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근절에
과연 효과가 있는지도 불분명한 태아의 성별 고지 금지를
임신기간 전 기간에 걸쳐 강제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어때? 이 결정례를 읽어보니까.
헌법재판관 할배들이
생각보다 꼴통들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되지 않아?
매우 슬프게도
우리 헌법재판관 할배들이
항상 이렇게 합리적인 것은 아닌것같아.
우리 헌법재판관 할배들..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를 가져주시면..
얼마나 존경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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