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4일 일요일

고소가 가능하냐는 식의 질문에 대해


어떤 게시판에 가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런 이런 일을 당했는데, 무슨무슨 죄로 고소가 가능하냐? 뭐 이런 질문인데요! 제가 심뽀가 못되어서 그런지, 그런 질문을 받으면, 톡 쏘아주고 싶은.. 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 같은 것이 제 마음 속에서 꿈틀꿈틀 되는 걸 느낍니다. 이게 다 제가 아직 덜 성숙한 탓이겠지요?

고소란 무엇일까요? 다른 이를 처벌해달라고 국가에 요청하는 일입니다. 고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고소는 대개 피해자만 할 수 있습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피해를 준 사람을 처벌해달라고 국가에 요청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국가는 욕심쟁이라서, 국민이 자기 스스로 사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을 왠만하면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나쁜 일을 한 사람을 직접 벌 주려고 하면 절대 안됩니다. 큰일납니다. 가해자가 벌을 받길 원한다면, 반드시 국가에게 요청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피해자의 요청을 받고, 실제로 가해자에게 벌을 주느냐, 주지 않느냐 하는 점은 별론으로 하겠습니다. 피해자가 국가에게 가해자를 벌주라고 요청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것을 두고 그게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냐? 라고 묻는 것 자체가 참 웃긴 거죠. 그러니 부디 앞으로는 어디서든 고소가 가능하냐는 식의 질문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자라면 당연히!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에 대해 가해자를 벌주라고 요청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건 아마도 이런 것일 겁니다. 어떤 어떤 일을 당했는데, 이 가해자의 행위가 국가가 벌을 줄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겠냐? 물론 그 구성요건? 여기서 충족된다고 해도, 벌 안받을 수도 있고, 여기서 충족 안된다고 해도, 벌 받을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것은 법에 대한 견해가 달라서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고, 또 이 사회가 워낙 불완전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가늠은 해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 제로 가해자가 벌을 받느냐 안 받느냐, 그건 온전히 국가하고 가해자 사이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자랍시고, 거기에 끼어들려고 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만 만빵 받기 십상입니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국가에게 처벌을 요청하는 일, 그리고, 국가의 수사에 협조하는 일 그 정도일겁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국가가 가해자를 벌을 주면 감사한 거고, 그렇지 않다도 뭐 별 수 없는 것입니다. 절대로 그 결과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게 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검사가 이유 불물하고, 자기 마음대로 가해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가해자의 알리바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무죄를 받았다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그냥 쿨하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이 아주 나쁜 사람이지만, 국가는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그 사람을 벌 주지 않기로 했다! 그게 다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무죄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눈이 뒤집힙니다. 마치 이 땅의 정의가 땅에 떨어진 양 말이죠. 그런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원래 국가는 모든 악인들을 벌 줄 수 없습니다. 또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국가는 신이 아니니까요. 국가도 결점많은 인간적인 것들이 모여서 만든 좀 큰 단체에 불과합니다. 만약 모든 악인들을 벌 줄 의무가 있는 국가가 자신에 대한 가해자만 부당하게 용서한 것으로 생각하시면, 억울해서 못삽니다. 원래 세상이 그런 거니까 그러려니 허허허 하고 웃어 넘기시면 됩니다. 그게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가장 좋습니다.

만 약 스스로 끼어들어서 뭔가를 하고 싶다면, 경찰이나 검찰에 가지 마시고, 직접 법원에 가세요. 민사적으로 해결하라는 뜻입니다. 피해받은 것을 잘 주장하면, 피해에 대해 배상을 직접 받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국가의 판단에 불만이 있으면 두 번이나 불복할 기회도 생기니까 말입니다.

때로는“무고죄”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큰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게 고소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일부러 거짓말로 누군가를 벌 주게 할 의도가 아니라면, 무고죄?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명예훼손죄 같은 것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고소인이 자기가 아는 것만 진술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고소인들은 자기가 아는 것을 넘어서서, 자기가 믿고 있는 것까지 마치 사실인양 진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 를 들어봅시다. “X가 2013년 1월 15일, 입주자대표회의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사람 앞에서 저에 대해 제가 하지도 않은 횡령을 했다고 하는 것을 A와 B, C 등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바, 이것이 사실이라면, X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의 요건을 구성하지 않나 의심됩니다. 그러므로 이를 수사하여 사실이라면, X를 법대로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고소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히 진술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대개 이러지 않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직접 수사를 전부 다 하시고 나서, 결론까지 내놓고, 그 결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걸 고소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X 가 2013년 1월 15일, 입주자대표회의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사람 앞에서 저에 대해 제가 하지도 않은 횡령을 하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명예훼손죄의 요건을 구성합니다. 그러므로 X를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이 경우, X의 행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무고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처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이것만 조심하시면 무고죄? 별로 걱정 안하셔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웃을 고소하는 것을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부당한 침해를 받고 참아 견뎌야 하는 사회보다는, 고소가 두려워서라도 부당한 침해를 하지 않게 서로서로 조심하며 존중하면서 사는 사회가 더 밝고 정의로운 사회 아닐까요? 그 때까지 조금 귀찮아도 열심히 고소하며 사는 거? 어떻습니까? 천천히 또박또박 악랄하게!

물론 벌을 주는 건, 내 몫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니까, 고소의 결과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쓰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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